찬양대 연습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오늘 제대로 부른 건지' 싶어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있으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보라 내 주는 선한 목자」를 반복해서 연습하던 어느 날 밤, 그 가사가 단순한 악보 위의 문장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시편 23편이 담긴 이 예배 합창곡이 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하이든의 음악이 그 말씀을 어떻게 살아 움직이게 하는지 솔직하게 적어 보겠습니다.시편 23편과 하이든, 이 곡은 어디서 왔을까시편 23편은 다윗이 직접 목동으로 살았던 경험에서 나온 시편입니다. 양이라는 존재가 혼자서는 길을 찾지 못하고 오직 목자의 인도 아래서만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윗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 경험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
처음 「주의 이름으로」를 연습했을 때, 저는 솔직히 화성 맞추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연습 도중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라는 가사가 갑자기 제 안에 걸렸습니다. 찬양대원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이 곡이 단순한 합창곡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 찬양은 그 질문을 매번 새롭게 꺼내 놓습니다.부르심 — 이 찬양이 처음 제게 말을 걸어온 순간「주의 이름으로」는 성도가 자신의 능력이나 이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와 사랑을 의지하여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앙 고백을 담은 곡입니다. "주의 이름으로 어디든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선포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그리스도인이 교회 안에만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 보내심..
찬양을 잘 부르면 더 깊은 예배가 될까요? 저는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찬양대에서 「나의 마음 열으소서」를 반복해 연습하면서 처음으로 그 생각이 흔들렸습니다. 음정이 정확할수록, 오히려 가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이 글은 그 찬양이 왜 단순한 합창곡이 아닌지, 제가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이야기입니다.가사 의미 — 기도가 노랫말이 된 찬양「나의 마음 열으소서」의 원곡은 미국의 워십 리더(Worship Leader) Paul Baloche가 작사·작곡한 "Open the Eyes of My Heart"입니다. 워십 리더란 회중이 하나님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음악적·영적으로 인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한국어 가사는 주위재가 번안하였으며, 이번 합창 편곡은 Becki Slagle Mayo가 ..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찬송가를 '부르는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박자 맞추고, 음정 틀리지 않으면 된다고. 그런데 「이 세상 험하고(Jesus Paid It All)」를 찬양대에서 몇 번이나 부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 곡이 제 삶의 고백처럼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1865년 미국에서 탄생한 이 복음 찬송이, 16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교회에서 불리는 이유가 뭔지 — 직접 겪어보니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가사 배경 — 찬송가 책 여백에 적힌 시 한 편이 곡의 탄생 이야기를 처음 알았을 때, 제가 느낀 감정은 놀라움보다 가까움이었습니다. 작사가 엘비나 M. 홀(Elvina M. Hall)은 1865년 어느 주일 예배에서 속죄(贖罪)에 관한 설교를 듣다가, 손에 들고 있던 찬송가 책의 빈 여백에..
솔직히 저는 이 곡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제목만 보고 '또 느리고 무거운 참회 성가겠지'라고 지레 짐작했습니다. 시편 51편, 다윗의 회개, 기쁨의 회복. 조합 자체가 엄숙한 예배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으니까요. 그런데 반주가 시작되는 순간,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스탠 페텔(Stan Pethel)의 현대 합창 성가곡 '기쁨을 회복하소서'는 참회와 회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토록 역동적으로 풀어낸 곡이었습니다.다윗의 시편 51편, 이 곡의 뿌리를 이해하면 감동이 달라진다이 곡의 배경을 제대로 알게 된 건 연습 도중이었습니다. 지휘자 선생님이 악보를 나눠주시면서 "이 곡은 다윗이 가장 바닥에 있을 때 쓴 고백에서 왔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때부터 가사 한 줄 한 줄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구약..
찬양대 연습 중에 "이 문은 바깥쪽에 손잡이가 없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에 저는 노래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찬송가 535장 '주 예수 대문 밖에'는 요한계시록 3장 20절 말씀을 바탕으로, 영국의 윌리엄 월셤 하우 주교가 가사를 짓고 펠릭스 멘델스존의 선율을 편곡해 탄생한 찬송입니다. 화음을 맞추러 갔다가 제 신앙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된 그날의 이야기를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찬송가 배경: 손잡이 없는 문이 말해주는 것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찬양대에서 이 곡을 처음 받았을 때, 저는 그저 친숙한 선율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몇 주에 걸쳐 같은 소절을 반복하다 보니 오히려 감각이 무뎌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지휘자 선생님이 이 곡의 모티프가 된 성화(聖畵) 이야기를 꺼냈고, 저는 그 ..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을 「환희의 송가」가 나오는 4악장만 들었습니다. 앞의 세 악장은 그냥 긴 전주처럼 느끼며 흘려보냈죠. 그런데 3악장과 4악장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처음부터 다시 들었을 때, 이 작품이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들렸습니다. 베토벤이 설계한 음악적 논리가 얼마나 치밀한지, 그 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3악장 분석 — 메짜 보체와 에스프레시보, 절제가 사랑이 되는 순간3악장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왜 이렇게 조용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1악장의 묵직한 긴장감과 2악장의 폭발적인 리듬에 익숙해진 귀에 3악장은 너무 얌전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 악장이 담고 있는 음악적 논리를 이해하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3악장의 핵심은 두 가지 주제가 교차..
베토벤은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완성할 당시 거의 완전히 청력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1824년 빈 초연에서 그는 무대 위에 섰지만,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의 박수 소리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다른 연주자가 몸을 돌려줘서야 비로소 환호하는 관중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저는 솔직히 음악에 대한 기존 인식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역사상 가장 웅장한 소리를 설계했다는 역설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입니다.우주적 도입부 — 1악장이 시작되는 방식1악장은 거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현악기가 5도 음정(퀸트, Quint)을 아주 작은 소리로 오래 지속하다가, 그 위로 선율이 쌓이며 점차 거대한 에너지로 확장됩니다. 여기서 5도 음정이란 도-솔처럼 두 음이 다섯 계단 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