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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대에서 오랫동안 섬기다 보면 한 번쯤 흔들리는 순간이 옵니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은 그 순간 말입니다. 「찬양의 도구되리(Instruments of Praise)」는 바로 그 질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곡입니다. 미국 교회음악 작곡가 신디 베리(Cindy Berry)가 작사·작곡한 이 성가는, 노래 실력보다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이 먼저라는 사실을 아름다운 선율로 고백합니다.
곡 배경과 음악 특징 — 이 곡이 특별한 이유
신디 베리(Cindy Berry)는 현대 교회음악 분야에서 섬세한 선율과 풍성한 화성으로 예배의 감동을 표현하는 작곡가입니다. 여기서 화성(Harmony)이란 서로 다른 음이 동시에 울릴 때 만들어지는 어울림을 뜻하는데, 이 곡은 처음의 단순한 반주에서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성부가 두껍게 쌓이며 헌신의 무게를 음악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실제로 처음 악보를 받아 들었을 때, 반주 부분이 예상보다 훨씬 절제되어 있어서 조금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연습을 거듭할수록 그 절제가 오히려 가사의 울림을 더 깊이 만들어 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악보 첫 머리에는 'Reverently, with rubato'라는 연주 지시어가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루바토(rubato)란 이탈리아어로 '훔친 시간'이라는 뜻으로, 악보의 박자를 기계적으로 따르지 않고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늘이거나 줄이는 연주법을 말합니다. 제가 처음 이 지시어를 봤을 때는 솔직히 막막했습니다. 자유로운 만큼 오히려 더 어렵거든요. 하지만 지휘자 선생님께서 "기도하듯 숨을 쉬면서 가라"고 하셨고, 그 말 한 마디가 곡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이 곡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중간에 등장하는 아카펠라(A cappella) 구간입니다. 아카펠라란 반주 없이 목소리만으로 노래하는 방식으로, 악기의 도움 없이 오직 성부(soprano·alto·tenor·bass)만으로 화음을 만들어 냅니다. 이 구간에서 각 성부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음정을 맞춰가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 여러 번 음정을 놓쳐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연습 후 지휘자께서 "하나님은 완벽한 연주보다 진심으로 드리는 찬양을 기뻐하십니다"라고 하셨고, 그 말이 제 마음 깊이 박혔습니다.
- 루바토(rubato): 감정에 따라 박자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연주법 — 이 곡의 첫 프레이즈를 기도처럼 만드는 핵심 요소
- 아카펠라(A cappella) 구간: 반주 없이 성부만으로 울리는 구간 — 가장 순수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
- 다이내믹(Dynamic): 음량의 강약 변화 — 후반부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쌓여가며 헌신의 감동을 극대화
- 프레이즈(Phrase): 음악적 호흡 단위 — 긴 프레이즈에서 호흡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이 곡 연습의 핵심 포인트
이 곡의 성경적 기반은 분명합니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출처: 대한성서공회, 로마서 12:1)는 말씀과,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라"(골로새서 3:23)는 말씀이 이 곡 전체를 관통합니다. 단순히 예쁜 성가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묻는 질문이 담긴 곡입니다.
헌신 의미 — 찬양대 공동체에서 배운 것
찬양대에서 오래 섬기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노래를 잘해야 찬양대에서 쓰임받는다'고 믿었습니다. 솔직히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음악적으로는 실력 있는 단원들만 모이면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찬양대는 합창단이 아니라 공동체입니다. 제 경험상, 노래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한 마음으로 협력하는 팀이 만들어 내는 찬양이 회중의 마음을 더 깊이 건드리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찬양의 도구되리」의 '도구(Instrument)'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악기는 스스로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연주자의 손에 들려야 비로소 소리를 냅니다. 이 곡은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손에 맡기는 것을 고백하는 노래입니다. 목소리만이 아니라 손과 발, 직장에서의 성실함, 가정에서의 섬김까지 모두 그 '도구'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제가 이 곡을 연습하면서 점점 직장에서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헌신예배나 찬양대 헌신예배에서 이 곡이 자주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헌신(獻身)이란 자기 자신을 드리는 것인데, 이 곡은 그 결단을 감정적 흥분으로 이끌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지금 어떤 도구로 쓰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집니다. 저는 이 곡을 부를 때마다 그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화려한 고음보다 그 침묵이 더 무겁습니다.
실제 연습 포인트를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곡은 음량(볼륨)보다 가사의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후반부에서 다이내믹이 커질 때, 많은 단원들이 소리를 키우는 데 집중하다 가사를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그 부분이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하나님께 드린다"는 마음이 소리보다 먼저 가야 곡의 메시지가 살아납니다. 이 점은 선민음악(sunmin.co.kr)의 악보 해설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결론
「찬양의 도구되리(Instruments of Praise)」는 찬양대원에게만 해당하는 곡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 어떤 도구로 쓰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일상의 작은 선택 앞에서도 유효합니다. 제가 이 곡을 통해 배운 것은, 하나님께 쓰임받는 삶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연습 중 음정을 틀리던 그 순간에도, 동료에게 먼저 양보하는 그 순간에도, 찬양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곡을 연습하거나 처음 접하는 분께는, 악보보다 먼저 가사를 천천히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곡이 묻는 질문에 먼저 솔직하게 답해 보는 것이 더 깊은 연주로 이어진다는 걸 제 경험에서 확인했습니다. 삶 전체가 찬양의 도구가 되는 것, 그것이 이 곡이 전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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