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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 성가

하나님께서 사랑하셨다 (John Stainer, 찬양대 연습, 복음)

myinfo81487 2026. 7. 23. 14:48

목차


    사랑의 십자가

    느리고 단순한 곡이니까 쉽게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연습을 시작하니 전혀 달랐습니다. John Stainer의 「하나님께서 사랑하셨다」는 기교보다 말씀의 무게를 소리로 담아야 하는 곡입니다. 오라토리오 『The Crucifixion』(1887)의 한 곡이지만, 오늘날에는 본 작품보다 이 합창곡이 더 자주 연주될 만큼 전 세계 교회에서 독립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사순절 특별예배를 앞두고 이 곡을 처음 제대로 연습했을 때, 저는 "쉬운 곡"이라는 선입견이 얼마나 틀렸는지 몸으로 배웠습니다.

    John Stainer가 이 곡을 이렇게 만든 이유

    John Stainer(1840~1901)는 영국 성공회를 대표하는 교회음악 작곡가이자 세인트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였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19세기 후반 영국에는 오페라풍의 화려한 음악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Stainer는 그 흐름에 편승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오라토리오(oratorio), 즉 종교적 서사를 기악 반주와 합창으로 전달하는 대규모 성악 장르였으며, 그 안에서도 예배의 경건함을 최우선에 두었습니다.

    「God So Loved the World」는 1887년 초연된 오라토리오 『The Crucifixion(십자가)』의 수록곡입니다. 이 오라토리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를 묵상하도록 설계된 작품으로, Stainer는 복잡한 대위법이나 극적인 전조(轉調) 대신 레가토(legato), 즉 음과 음 사이를 끊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 부르는 창법을 중심으로 곡을 구성했습니다. 레가토는 단순히 "부드럽게 부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긴 프레이즈 안에서 호흡의 흐름과 화성의 무게를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기술적 요구입니다.

    이 곡의 중심은 요한복음 3장 16절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가사 전체가 이 한 구절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음악적 구조도 극적인 클라이맥스 없이 말씀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로마서 5장 8절, 요한일서 4장 9~10절과 같은 방향의 신학적 메시지가 음악 안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박태준이 번역한 「하나님께서 사랑하셨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사순절, 성금요일, 부활절 예배는 물론 전도집회와 감사예배에서도 폭넓게 불리고 있습니다. 악보 및 관련 자료는 출처: CPDL(합창 공공 도메인 악보 라이브러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 Stainer는 화려한 기교 대신 레가토 중심의 절제된 화성으로 요한복음 3장 16절을 음악으로 선포했으며, 그 구조 자체가 이 곡이 예배 찬양으로 오래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연습실에서 깨달은 것들 — 기술이 아니라 고백

    제가 처음 이 곡을 연습했을 때 가장 먼저 걸린 부분은 첫 문장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랑 많으사"라는 단 여섯 음절. 악보만 보면 단순해 보이는 도입부인데, 막상 불러 보면 어색한 힘이 들어가거나 감정이 앞서거나 둘 중 하나가 됩니다. 담담하게, 그러나 고백으로 부른다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쉽지 않습니다.

    지휘자께서 그때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소리를 크게 내는 것보다 말씀을 전달하는 마음으로 불러야 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가사를 다시 묵상하며 불렀더니, 신기하게도 화성이 훨씬 자연스럽게 맞아 들어갔습니다. 앙상블(ensemble), 즉 여러 성부가 하나의 소리처럼 어우러지는 상태는 기술적 훈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앙상블은 서로의 소리를 '들으려는 태도'가 만드는 결과물이었습니다.

    연습 과정에서 저희 찬양대가 가장 집중한 포인트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성부별 호흡 위치 통일이었습니다. 레가토를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숨을 쉬려면 각 성부가 같은 위치에서 호흡하도록 미리 약속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발음의 선명도였습니다. 음량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가사가 회중에게 전달되려면 자음의 끝처리가 또렷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다이내믹의 절제였습니다. 후반부가 풍성해진다고 해서 포르테(forte), 즉 강한 음량으로 밀어붙이면 곡이 가진 조용한 선포의 성격이 사라집니다.

    고난주간 주일 예배 후 한 장로님께서 "찬양을 들으면서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이 새롭게 마음에 새겨졌다"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그 한마디가 수십 번의 연습보다 더 큰 울림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찬양대가 음악적으로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 말씀을 먼저 묵상하고 무대가 아닌 예배로 올렸을 때 회중의 마음에 닿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연습 때마다 먼저 요한복음 3장 16절을 읽고 시작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음악적 완성도와 신앙적 고백이 함께 갈 때, 이 곡은 가장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교회음악의 역사적 배경과 악보 정보는 출처: CPDL — God So Loved the World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 레가토·앙상블·다이내믹 절제라는 기술적 요소와 말씀 묵상이라는 신앙적 태도가 함께 갖춰질 때, 이 곡은 비로소 예배 찬양으로 완성됩니다.

    하나님께서사랑하셨다.mp3
    9.29MB

    (본 음원은 충현교회 임마누엘찬양대의 예배 실황 녹음입니다. 찬양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 첨부하였습니다.)

    결론

    「하나님께서 사랑하셨다」는 쉬운 곡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악보가 단순해 보일수록 말씀의 무게를 소리로 담아야 한다는 요구가 더 커지는 곡입니다. John Stainer가 레가토 중심의 절제된 화성으로 이 곡을 설계한 것은, 음악이 중심이 아니라 요한복음 3장 16절의 말씀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신학적 판단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이 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마지막 화음이 사라진 직후였습니다. 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하나님의 사랑이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는 느낌. 그것이 이 작품이 130년 넘게 전 세계 교회에서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찬양대를 맡고 있거나 이 곡을 준비 중이라면, 연습 전에 말씀을 먼저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음악은 그다음입니다.

    참고: https://www.cpdl.org/wiki/index.php/Main_Page/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