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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단순한 곡이니까 쉽게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연습을 시작하니 전혀 달랐습니다. John Stainer의 「하나님께서 사랑하셨다」는 기교보다 말씀의 무게를 소리로 담아야 하는 곡입니다. 오라토리오 『The Crucifixion』(1887)의 한 곡이지만, 오늘날에는 본 작품보다 이 합창곡이 더 자주 연주될 만큼 전 세계 교회에서 독립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사순절 특별예배를 앞두고 이 곡을 처음 제대로 연습했을 때, 저는 "쉬운 곡"이라는 선입견이 얼마나 틀렸는지 몸으로 배웠습니다.
John Stainer가 이 곡을 이렇게 만든 이유
John Stainer(1840~1901)는 영국 성공회를 대표하는 교회음악 작곡가이자 세인트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였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19세기 후반 영국에는 오페라풍의 화려한 음악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Stainer는 그 흐름에 편승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오라토리오(oratorio), 즉 종교적 서사를 기악 반주와 합창으로 전달하는 대규모 성악 장르였으며, 그 안에서도 예배의 경건함을 최우선에 두었습니다.
「God So Loved the World」는 1887년 초연된 오라토리오 『The Crucifixion(십자가)』의 수록곡입니다. 이 오라토리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를 묵상하도록 설계된 작품으로, Stainer는 복잡한 대위법이나 극적인 전조(轉調) 대신 레가토(legato), 즉 음과 음 사이를 끊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 부르는 창법을 중심으로 곡을 구성했습니다. 레가토는 단순히 "부드럽게 부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긴 프레이즈 안에서 호흡의 흐름과 화성의 무게를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기술적 요구입니다.
이 곡의 중심은 요한복음 3장 16절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가사 전체가 이 한 구절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음악적 구조도 극적인 클라이맥스 없이 말씀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로마서 5장 8절, 요한일서 4장 9~10절과 같은 방향의 신학적 메시지가 음악 안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입니다.
이 곡의 음악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4성부(SATB)가 균형을 이루는 합창 편성으로, 어느 한 성부가 독주처럼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 다이내믹(dynamic), 즉 음량의 세기 변화가 절제되어 있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화성이 풍성해지지만 과장 없이 마무리됩니다.
- 빠른 리듬보다 긴 호흡의 선율을 유지하여 가사의 의미가 음악 위에 자연스럽게 얹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 오르간 반주가 성부를 이끌기보다 성부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여 가사 전달력이 반주에 묻히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박태준이 번역한 「하나님께서 사랑하셨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사순절, 성금요일, 부활절 예배는 물론 전도집회와 감사예배에서도 폭넓게 불리고 있습니다. 악보 및 관련 자료는 출처: CPDL(합창 공공 도메인 악보 라이브러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습실에서 깨달은 것들 — 기술이 아니라 고백
제가 처음 이 곡을 연습했을 때 가장 먼저 걸린 부분은 첫 문장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랑 많으사"라는 단 여섯 음절. 악보만 보면 단순해 보이는 도입부인데, 막상 불러 보면 어색한 힘이 들어가거나 감정이 앞서거나 둘 중 하나가 됩니다. 담담하게, 그러나 고백으로 부른다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쉽지 않습니다.
지휘자께서 그때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소리를 크게 내는 것보다 말씀을 전달하는 마음으로 불러야 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가사를 다시 묵상하며 불렀더니, 신기하게도 화성이 훨씬 자연스럽게 맞아 들어갔습니다. 앙상블(ensemble), 즉 여러 성부가 하나의 소리처럼 어우러지는 상태는 기술적 훈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앙상블은 서로의 소리를 '들으려는 태도'가 만드는 결과물이었습니다.
연습 과정에서 저희 찬양대가 가장 집중한 포인트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성부별 호흡 위치 통일이었습니다. 레가토를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숨을 쉬려면 각 성부가 같은 위치에서 호흡하도록 미리 약속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발음의 선명도였습니다. 음량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가사가 회중에게 전달되려면 자음의 끝처리가 또렷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다이내믹의 절제였습니다. 후반부가 풍성해진다고 해서 포르테(forte), 즉 강한 음량으로 밀어붙이면 곡이 가진 조용한 선포의 성격이 사라집니다.
고난주간 주일 예배 후 한 장로님께서 "찬양을 들으면서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이 새롭게 마음에 새겨졌다"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그 한마디가 수십 번의 연습보다 더 큰 울림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찬양대가 음악적으로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 말씀을 먼저 묵상하고 무대가 아닌 예배로 올렸을 때 회중의 마음에 닿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연습 때마다 먼저 요한복음 3장 16절을 읽고 시작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음악적 완성도와 신앙적 고백이 함께 갈 때, 이 곡은 가장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교회음악의 역사적 배경과 악보 정보는 출처: CPDL — God So Loved the World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나님께서 사랑하셨다」는 어떤 찬양대 수준에 적합한가요?
A. 악보 자체의 음역대나 리듬은 중급 수준의 찬양대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레가토 유지와 성부 간 앙상블이 핵심 과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음정을 맞추는 것을 넘어 호흡과 음색을 통일하는 앙상블 훈련이 어느 정도 쌓인 팀에게 더 효과적입니다. 제 경험상 음악 실력보다 가사를 함께 묵상하는 분위기가 갖춰진 팀이 이 곡을 더 잘 소화합니다.
Q. 이 곡을 사순절 외에 다른 절기에도 부를 수 있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사순절과 성금요일, 부활절이 가장 자연스러운 절기이지만, 요한복음 3장 16절이라는 복음의 핵심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전도집회나 감사예배에서도 폭넓게 사용됩니다. 특정 절기에 묶인 곡이 아니라 복음 그 자체를 노래하는 곡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강점입니다.
Q. John Stainer의 『The Crucifixion』 전곡을 연주하는 교회도 있나요?
A. 영국 성공회 교회에서는 지금도 성금요일 예배에서 전곡을 연주하는 전통이 이어지는 곳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하나님께서 사랑하셨다」가 독립 편곡으로 더 많이 불리며, 오라토리오 전체를 연주하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악보는 CPDL 등에서 공개 자료로 열람 가능합니다.
Q. 연습 첫날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A.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악기 연습보다 요한복음 3장 16절을 함께 소리 내어 읽고 짧게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말씀이 마음에 먼저 자리 잡으면 이후 레가토 연습이나 성부 균형 맞추기도 훨씬 집중도 있게 진행됩니다. 음악 연습은 그다음입니다.
결론
「하나님께서 사랑하셨다」는 쉬운 곡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악보가 단순해 보일수록 말씀의 무게를 소리로 담아야 한다는 요구가 더 커지는 곡입니다. John Stainer가 레가토 중심의 절제된 화성으로 이 곡을 설계한 것은, 음악이 중심이 아니라 요한복음 3장 16절의 말씀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신학적 판단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이 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마지막 화음이 사라진 직후였습니다. 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하나님의 사랑이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는 느낌. 그것이 이 작품이 130년 넘게 전 세계 교회에서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찬양대를 맡고 있거나 이 곡을 준비 중이라면, 연습 전에 말씀을 먼저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음악은 그다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