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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오 신실하신 주(Great Is Thy Faithfulness)」를 예전에는 참 좋아하면서도, 그 가사가 제 삶을 향한 고백이라고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기에 이 찬송이 전혀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즈니스 계약이 깨지고, 아들의 대학 진학 문제까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평소라면 “하나님께서 잘 인도해 주시겠지”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때는 솔직히 마음속에 원망이 먼저 생겼습니다. ‘나는 예배도 빠지지 않았고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겉으로는 평온하게 예배를 드리고 있었지만 마음속에서는 하나님께 계속 질문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찬양 연습을 하면서 「오 신실하신 주」의 가사가 이전과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오 신실하신 주 내 아버지여 늘 함께 계시니 두렵지 않네.” 이 가사를 부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위로가 되어서가 아니라, 제가 하나님을 얼마나 ‘내가 원하는 결과를 주시는 분’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했던 신실하심과 하나님의 신실하심
저는 한동안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조금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열심히 기도하면 좋은 결과가 생기고, 내가 신앙생활을 잘하면 어려운 일이 줄어들고, 내가 하나님께 순종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풀리는 것. 어쩌면 마음 한편에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하나님께 서운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돌이켜보니 그것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라기보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하나님께 기대하고 있었던 것에 가까웠습니다. 그때 이 찬송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내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질 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시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 신실하신 주」가 만들어진 배경
이 찬송은 Thomas O. Chisholm(토머스 오. 치즘)이 작사하고 William M. Runyan(윌리엄 M. 런연)이 작곡한 곡으로, 192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가사의 중심에는 예레미야애가 3장 22~23절의 고백이 있습니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 소이다.” 이 말씀을 생각하면 이 찬송의 제목이 조금 더 깊게 다가옵니다. ‘아침마다’라는 말이 특히 마음에 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맞이하는 오늘 아침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려운 일을 겪고 나서야 이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평범하게 아침을 맞고, 가족과 식사를 하고, 건강하게 교회에 가서 찬양할 수 있는 것.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찬양대 연습을 하면서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이 곡을 찬양대에서 연습할 때 처음부터 특별한 감동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음정과 리듬을 맞추고, 성부 간 균형을 맞추고, 지휘자의 표현을 따라가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가사를 부르다 보니 어느 순간 음악보다 가사가 먼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오 신실하신 주.” 이 짧은 고백을 내가 정말 믿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마음에 생겼습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누구나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꼬이고, 계획이 무너지고, 내가 기도했던 결과와 전혀 다른 일이 생겼을 때에도 같은 고백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이 찬송을 부르는 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단순히 음정을 정확하게 부르는 것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가사를 한 줄씩 마음속으로 읽으면서 ‘나는 지금 이 고백을 믿고 부르고 있는가?’를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잘 부르는 것보다 먼저 생각하게 된 것
찬양대원에게 음정과 리듬은 중요합니다. 좋은 합창을 위해서는 각 성부의 균형도 필요하고, 프레이즈와 다이내믹도 잘 맞아야 합니다. 저 역시 연습할 때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곡을 경험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더해졌습니다. 찬양은 잘 부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음정은 정확한데 마음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주 완벽하지 않은 찬양이라도 그 안에 진실한 고백이 담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곡을 연습할 때 기술적인 부분을 맞추는 것과 함께 가사의 의미를 생각하려고 합니다. 특히 첫 소절을 부를 때부터 ‘하나님은 신실하시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부르면 같은 멜로디인데도 제게는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그 이후 일상에서 달라진 것
힘든 일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면 걱정부터 앞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왜 이런 일이 생겼지?” 라고 생각하기보다, “이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신실하신가?”를 먼저 생각하려고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 하나가 마음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과 함께 평범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예전에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평범한 하루도 감사하게 됩니다. 건강하게 예배드릴 수 있는 것, 찬양대에서 다른 대원들과 함께 찬양할 수 있는 것,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온 것.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이미 많은 것을 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이 찬송을 부른다면
예전에는 「오 신실하신 주」를 부르면서 하나님께서 앞으로 좋은 일을 이루어 주실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부르고 싶습니다. 좋은 일이 생겨도 하나님은 신실하시고,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하나님은 신실하시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어도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신다는 고백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찬송은 이제 제게 단순히 아름다운 찬송가가 아닙니다.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찬송입니다. 혹시 지금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하나님께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다면, 이 찬송의 가사를 천천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바로 해결된다는 약속은 아니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신실하시다.” 그 사실을 다시 기억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곡 정보
제목: 오 신실하신 주 (Great Is Thy Faithfulness)
작사: Thomas O. Chisholm
작곡: William M. Runyan
발표: 1923년
주요 성경 말씀: 예레미야애가 3:22~23
참고 자료 Hope Publishing Company
마무리
저에게 「오 신실하신 주」는 힘든 일이 지나간 뒤에 부르는 찬송이 아니라, 힘든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기 위해 부르는 찬송이 되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 있어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이 있어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저는 앞으로도 이 고백을 잊지 않고 찬양하고 싶습니다. “오 신실하신 주.” 이 짧은 고백이 오늘도 제 삶을 붙들어 주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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