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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대 연습을 하면서 여러 곡을 만났지만, 어떤 곡은 아름다운 선율이 오래 기억에 남고 어떤 곡은 가사 한 줄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저에게 「나 행한 것으로(Not What My Hands Have Done)」는 후자에 가까운 성가입니다. 처음 이 곡을 연습했을 때는 다른 성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정을 맞추고 리듬을 확인하고, 각 파트의 소리를 맞추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가사를 따라 부르다가 한 문장에서 마음이 멈췄습니다. “나 행한 모든 것으로 구원을 얻지 못하네.” 이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살아오면서 제가 한 일과 성과를 꽤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일을 잘하면 인정받고 싶었고, 가정에서도 내가 맡은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에서도 봉사와 섬김을 열심히 하면 하나님께 더 좋은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찬양은 그런 제 생각을 조용히 내려놓게 했습니다.
내가 잘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 전 직장에서 몇 주 동안 준비했던 일이 발표 직전에 방향을 바꾸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결과가 바뀐 것보다 제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 때문에 더 힘들었습니다. ‘내가 일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닐까?’ ‘사람들이 나를 무능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날 하루 종일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이 찬양을 연습하면서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잘해야만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일까?” 찬양의 가사는 제게 다시 복음의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구원은 내가 쌓아 올린 공로로 얻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에베소서 2장 8~9절의 말씀도 같은 사실을 말합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 말씀을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삶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달랐습니다
‘오직 은혜’를 다시 생각하다
이 찬송의 가사는 스코틀랜드의 목회자이자 찬송시인 호레이셔스 보나(Horatius Bonar, 1808~1889)의 작품을 바탕으로 합니다. 제가 이 곡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 핵심은 은혜였습니다. ‘오직 은혜’라는 말을 교회에서 많이 들었지만, 정작 제 삶에서는 여전히 내가 한 일을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봉사를 많이 했는지, 일을 잘했는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이런 것들이 마음속에서 제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찬양을 부르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는 이유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는 것. 이 사실을 다시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찬양대 연습에서 배운 한 가지
이 곡은 처음부터 크게 부르는 성가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연습하면서 느낀 것은 가사를 이해할수록 소리가 자연스럽게 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음량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지휘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크게 부르려고 하지 말고 가사를 이해하면 소리는 따라온다.”라는 말이 연습할수록 이해됐습니다. 특히 이 곡에서는 성부가 서로 경쟁하듯 소리를 내면 전체적인 울림이 흐트러집니다.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와 베이스가 자신의 소리를 앞세우기보다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하나의 고백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신앙생활과도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잘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나의 고백을 만들어가는 것. 찬양대에서 노래하면서 오히려 사람들과 함께 섬기는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잘 부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찬양대에서는 음정과 리듬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곡을 부르면서 저는 다른 어려움을 경험했습니다. 가사의 내용을 정말 내 고백으로 부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 행한 것으로 구원을 얻지 못하네.” 이 말을 부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내가 한 일을 자랑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봉사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마음이 생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찬양의 가사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내가 하나님께 드리는 모든 섬김은 구원을 얻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이미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깨닫고 나니 봉사를 바라보는 마음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가정에서도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찬양을 연습한다고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여전히 부족하고, 가족에게 서운한 마음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했을 때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몰라주지?’ 라는 생각이 들면 이 찬양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랑을 베풀면서도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다시 생각합니다. 내가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내가 한 작은 섬김도 자랑할 일이 아니라 감사할 일이라는 것. 이 생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불평을 조금 내려놓게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 다시 이 찬양을 부른다면
예전에는 찬양을 잘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음악적인 완성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고백하고 있는가? 「나 행한 것으로」를 부르면서 저는 내가 가진 능력이나 성과를 자랑하기보다, 하나님께서 먼저 주신 은혜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직장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때도,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교회에서 많은 일을 맡았을 때도,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날에도, 나의 가치는 내가 한 일의 결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성가는 제게 단순한 찬양대의 한 곡이 아니라 삶의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곡을 부르기 전에 생각해 보는 말씀
이 곡을 처음 접하시는 분이라면 악보를 보기 전에 에베소서 2장 8~9절을 천천히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으로 나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하는가?” 저에게는 이 질문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서 다시 이 고백으로 돌아옵니다. 내가 행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받은 은혜입니다.
곡 정보
곡명: 나 행한 것으로 (Not What My Hands Have Done)
작사: Horatius Bonar
작곡: David Schwoebel
관련 성경: 에베소서 2:8~9
주제: 하나님의 은혜와 그리스도의 구원
참고 자료: Hinshaw Music, Not What My Hands Have Done, HMC1686, 성경전서
마무리
이 곡을 연습하면서 저는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내가 받은 은혜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찬양할 때 조금 더 천천히 가사의 의미를 생각하려고 합니다. 잘 부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으며 부르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제가 한 일을 바라보기보다, 먼저 받은 은혜를 바라보고 싶습니다. 그 은혜를 기억하며 다시 찬양대 자리에 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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